필요할 때 합시다 ③어차피 한 번에 하나씩만 (완)

뭐든 잘하고 싶었습니다. 이것 저것 닥치는대로 머릿속에 넣을 때가 있었습니다. 주위에서 그렇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말해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역효과 빔만 세게 맞았습니다. 무엇이든 간에 필요할 때 배워야 기억에 남고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

뭐든 다 잘하고 싶은 마음 잘 압니다. 그래도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일단 하고 있는 일을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듯이요. 욕심을 버려야 해요. 어차피 사람은 한 번에 하나씩만 할 수 있으니까요.

목표를 분산하지 마라

하나 잘 하고 다른 거 하나 하기

일단 하고 있는 걸 열심히 해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세요. 그 때쯤 다른 걸 해야 합니다. 그 하나 잘하는 게 일단 지식으로 베이스가 됩니다. 그 베이스에 여러 지식을 쌓아올릴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잘 해낸다는 인식이 심적으로도 밑거름이 됩니다. 회복탄력성도 높아지죠.

12년 전 쯤의 저는 욕심이 정말 많았습니다. 프로그래밍, 웹코딩, 문구 만들기, 사진 공부, 디자인, 영상, 각종 만들기 등등 다 하려고 했었어요.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하도 많이 빌려가니까 사서샘 눈에 띄었나봅니다. 선생님이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너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러면 나중에 큰일 나. 하나를 쌓고 또 하나를 쌓아야 해.’ 뭐라도 하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구덩이를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분야를 깊게 파면서 옆동네 분야로 지식이 점점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일단 밑으로 파면 자연스럽게 구덩이가 넓어집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넓게 파려고 범위를 넓게 잡으면? 금방 지치게 됩니다.

넓은 범위를 한번에 파내기는 무척 어려워요. 하나에 꽂혔다면 일단 그 하나를 잘 파야 해요.

귀여운 강아지가 열심히 모래에 구덩를 파고 있다.
읏차읏차! 일단 밑으로 내려가자구요 ©unsplash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착각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여러 종류 정보에 노출된 사람들은 한 번에 하나의 작업을 완료하는 사람들보다 주의력이 낮고, 정보를 더 기억하지 못했다. 쓸데 없는 정보를 걸러내는 데도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일시 중단된 작업에 다시 몰입하는 데 평균 23분 15초가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는데, 잦은 작업 전환이 이뤄지는 멀티태스킹은 두뇌 활동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멀티태스킹이 뇌 망친다”… IQ 8세 수준으로 떨어져,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 2023.06.05. 접속

유튜브를 보면서 tv를 본다든지, 가요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이라고도 합니다. 사실은 요 멀티테스킹이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머릿속 스위치를 빠르게 On/Off 하는 것 뿐입니다. 스위치를 바꾸는 데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분야라고 다를 게 없어요.

여러 분야를 한 번에 하려고 하면 이도 저도 안 됩니다. 놓치는 것이 많아져요. 종종 사람들이 저를 보면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다씨는 되게 다재다능하네요!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실상은 불 몇 개를 들고 🔥엇뜨~ 엇뜨~🔥 하면서 저글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글링 불쇼를 하는 중년 남성
헤헷…헷 살려줘! ©unsplash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뭐 부터 해야하지?’ 이런 생각들을 할 일 하나에 투자하세요. 나중에 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나중에도 안 한다면 애초부터 잠깐 솔깃하고 말 일이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마음 속에 간직한 일이라면 반드시 하게 됩니다.

‘다 잘한다’의 동의어, ‘잘하는 게 없다’

개인의 정신적 자원은 대개 양이 정해져있어요. 많은 곳에 신경쓰면 하나 하나에 들이는 열정의 총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저는 제가 다재다능하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다 잘한다는 말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겠지만) 잘하는 게 없다는 말이거든요. 정답이 없다면 모든 것이 정답이라는 말장난 같기도 합니다.

뭐든 평타는 치는 ‘김밥헤븐’ 포지션

어디든 회사 근처에 김밥헤븐 비슷한 음식점 하나 정도는 있습니다. 이것 저것 다 팔기 때문에 딱히 땡기는 게 없지만 끼니를 때워야 할 때 들릅니다.

김밥천국도 나름의 역할이 있고 포지션이 있습니다. 메뉴 못 고른 사람, 통일 안 된 사람 여럿이서 가기 좋거든요. 하지만 김밥천국의 한계가 있어요. 김밥천국에서 파는 메뉴 중 맛집과 비교해보았을 때 모든 방면에서 김밥천국이 맛집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김밥천국 메뉴들이 줄이어있는 메뉴판
내 능력을 메뉴판으로 만들었을 때, 메인 메뉴는?

내가 가진 기술도 좀 그런 것 같아요. 이것 저것 가짓수를 늘릴 수록 ‘전문가’의 이미지와 멀어집니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 혹은 내가 가진 기술들. 메뉴판 하나로 정리한다면 어떤 메뉴로 들어갈까요? 메인 메뉴는 무엇인가요?

눈물을 머금은 적금 중도 해지… 아픈 마음에 ‘왈칵’

시간이 오래 지나면 동시에 여러 능력이 계발되기도 합니다. 특히 작은 회사에서 많은 일을 하시면서도 전문성을 살리시는 분들이 많아요. 능력을 담보로 다시 저글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적금과도 비슷합니다. 적금을 비슷한 시기에 여러 개 많이 들면 만기일이 비슷하기 때문에 한번에 몫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금에 무리가 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돌려막기를 하거나 해지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깨진 계좌는 기대 이자보다 턱없이 낮은 이자를 받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공부에 쓸 수 있는 자원을 생각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적금을 중도 해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처럼, 한 분야가 내쳐질 가능성도 큽니다. 중간에 포기해야 하는 쓰라린 마음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번에 하나씩 합시다. 욕심은 적당히.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해요.


마치며

과거의 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글 세 편에 담았습니다. 네가 원하는 거 어차피 다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이것 저것 하지 말고 천천히 시작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물론 미리 혹은 타이밍이 안 맞아도 배워둔 것들은 언젠가 쓸 때가 옵니다. 그래도 필요할 때, 필요하다고 느낄 때 공부의 효율이 제일 좋습니다. 필요함을 느끼는 게 중요해요. 미리 해둔다고 무조건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에요. 욕심부리지 말고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합시다. 결국 다 가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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