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하면 피가 다리로 몰리는 느낌이 들면서 어지러운 증상이 갑자기 생겼습니다. 눈앞이 아득해졌어요. 아픈 건 둘째치고 흐름이 끊기니까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조금 걷다가 멈춰서 쉬어야 했어요. 연습실에서 밥을 먹으러 갈 때도 길을 걷다가 두세 번을 쉬어야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러 일정이 몰린 상태에서 몸이 안 좋아지니까 불안해졌습니다. 증상이 갑자기 생긴 만큼 얼른 잡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병원을 돌던 과정을 기록해봅니다.
현재 상태
현재 증상
- 가만히 있거나 누우면 증상이 덜한 편
- 제자리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히는 느낌
- 일어설 때, 계단 오를 때 심해지는 편
참고사항
- 2년간 헬스를 꾸준히 해옴 (1주일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쉼)
- 술·담배 전혀 하지 않음
- 커피는 연하게 1~2일에 1잔 마심
일지를 바탕으로 정리한 타임라인
5월 29일
앉았다 일어서거나 가만히만 있어도 숨이 차고 몸이 종종 저리곤 했습니다.
5월 31일
저녁이 되자 너무 추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조금 덥거나 보통 날씨라고 했습니다.
6월 1일
앉았다가 일어서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6월 4일
날씨에 비해서 추위를 많이 타기 시작합니다. 걸을 때 부는 바람에 추위를 느꼈어요. 일어서거나 걸을 때마다 숨찼습니다. 이 날은 연습실에서 공연을 위해 합주를 했었습니다. 노래를 하는 중에 어지러워서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들었는데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냐면서 걱정을 했었다네요. 😔😔
6월 5일
몸살이 심한가 싶어서 내과에서 피검사와 폐 엑스레이를 찍고 수액을 맞았습니다.
수액을 맞고 컨디션이 좋아졌습니다. 빈혈과 갑상선쪽, 혈압, 엑스레이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검사에 특이한 점은 없어서 심리적인 문제일 수 있으니 정신과 방문을 권유 받았습니다.
6월 7일
엊그제까지 기운 없이 아픈 사람이었다면 수액을 맞고는 기운 넘치면서 아픈 사람이 되었습니다. 😂😂💫💫
전날 맞은 수액 덕분에 기운을 차렸지만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계단을 반층만 올라가도 증상이 생길 정도로 심해졌고요. 계단 올라가는 중간에 난간을 붙들고 쉬었다가 다시 올라가야 했습니다. 머리가 찡하고 어지럽지만 눈앞이 흐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가 다리 쪽으로 쏠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짧은 거리를 가는 도중에도 몇 번씩 멈추고 쉬어야 했습니다.
6월 8일
정신과에 방문했습니다. 의사 샘이 증상을 들어보았을 때는 심리적인 문제로 생길 ‘수도’ 있는 증상이지만 흔하지는 않다고 하셨어요. 보통 심리 문제로 내원하는 경우를 보면 보통 숨이 차고 손발이 저리고 어지럽다고 합니다.
최근에 정서에 영향을 줄만한 큼직한 이벤트는 없었기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로 확신할 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50% 미만으로 확률이 낮다고 말씀해주셨고, 조금 더 자세히 여쭤보니 보통은 ‘확률이 높다’고 말해주신다고 하네요.
(거의) 매일 일지를 쓰기 때문에 증상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기록해두었습니다. 기록을 모아서 5일에 방문한 곳과 다른 내과에 전달하고 심전도 검사했습니다. 저희 동네에 오래 있었고 어르신 환자 분들도 많아요.
결과는 이상 없음. 심리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큰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지만 진단을 받아야 약을 먹든지 방법을 찾을텐데 좀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증상 같은 거 적어두지 말라고 하셨어요. 복기하면서 예민해진다고요.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른데요. 증상을 하루씩 적어두지 않았다면 언제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조차 추적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일지는 멈출 생각이 없어요.
요즘은 스트레스 받지도 않고, 소공연 준비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느라 인생에서 제일 재밌는 시즌이에요. 미래에 대한 은은한 불안감이야 다들 갖고 있잖아요. 오죽하면 이제는 ‘내가 아프다고 생각해서 아픈 건가😥😥’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마음 문제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아니라고 하니까 데자뷰가 일었습니다. 어릴 때 비슷한 장면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데요, 관공서에서 서로 자기 관할 아니라고 전화를 계속 돌리는 음성 인터뷰를 직접 겪는 것 같았어요.
6월 9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요리나 빨래를 널고 걷는 기본적인 집안일을 할 때도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6월 10일
이러다 정말 한의원에 가는 거 아닐까 고민하다 정말 마지막으로 시내에 있는 신경과로 향했습니다. 증상을 모아둔 종이를 전달 드렸고 자율신경계 검사를 했습니다. (1시간 정도 걸리고 결과는 금방 나옵니다. 비용은 15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 자율신경계 검사
- 기립경 검사
- 심전도 검사
검사 결과
검사 결과를 봤더니 자율신경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기립성 빈맥 증상이라고 합니다.
앉았다가 일어섰을 때 맥박이 30 이상 높아지면 기립성 빈맥으로 진단하는데요. 검사 결과 설명해주시면서 진단 기준에 살-짝 모자라서 정식 판정은 아니지만 맞다고 보면 되는 정도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원인은 제가 따로 검색해보니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ㅠ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후에 자가면역질환이 많이 생기므로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는 합니다.
그 외에 자율신경 활성도, 스트레스 저항도, 피로도, 심박수, 심장 안정도 등 모두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인데놀 10mg과 토스팜 50mg을 처방 받았습니다. 제일 적은 용량이어도 약을 잘 받는 편이라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후 경과
약처방 1주 후
위에 써둔 증상이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조금은 증상이 남아있어서 인데놀을 20mg으로 증량했습니다.
추가 약처방 1주 후
저를 힘들게 하던 증상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 3~4일에 한 번 정도 일어설 때 조금 어지럽긴 한데 그건 증상 심해지기 전부터 종종 그랬기 때문에 경과로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몸은 힘드니까 운동은 안 하면서 아프기 때문에 잘 먹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부지런히 먹어서 얼굴이 조금 더 동그래졌습니다. 몸이 많이 회복되었으니 월요일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네요. 🐷🐷
마치며
정신과 가기 전에 신경과 가서 진단 한번 받아보세요. 정신과까지 안 가도 될 수 있어요.
2주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다니다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걷고 뛰던 순간들이 그리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몸이 무거우니 운동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증상으로 힘드신 분들께 도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