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 인쇄는 왜 그때그때 다를까 -1. 이유가 뭐길래

성원이나 애즈랜드, 와우프레스 같은 합판 인쇄소에 여러 번 맡길 때마다 색감이 달라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노란 별이 초록이나 주황으로 나올 때도 있고요, 회색이 싸늘한 쿨톤으로 나올 때도 있습니다. 이전 작업물과 비교했을 때 너무 진하거나 연해서 적잖히 당황하기도 합니다. 정도가 심하면 다시 제작하고 인쇄물을 폐기해야 합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이유를 한번 알아봅시다.

인쇄 색감이 달라지는 문제는 종이나 날씨, 담당자 재량 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합판에 관련된 주제로 국한합니다.

요약✨

왜 합판은 주문할 때마다 색감이 다르게 나올까?

  • 보통 합판 인쇄에서는 ±5~10% 오차를 허용 범위로 잡고 있다.
  • 일정하게 같은 색을 쓰려면 독판 인쇄로 감리를 봐서 맞추어야 한다. 이 때 감당해야 할 수량과 가격이 합판보다 높아진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색감, 조금이라도 오차를 줄이려면

혹자는 k대신 cmy세 가지만 섞으면 덜 탁하게 나온다고 하지만, 합판 인쇄에서 감당해야 하는 변수가 큽니다. 되도록 두 가지 색상+K로 컬러값을 조절하는 것을 추천드리는 이유입니다.

차이가 20%까지? 얄미운 ‘오차 허용 범위’

성원애드피아에서 제공하는 인쇄 가이드를 살펴보면, 각 판마다 ±10% 수치 정도는 오차 범위에 들어갑니다. 문제는 이 오차 ±10%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여러 번 인쇄할 때 총 20%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컬러 허용 오차 범위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차이나지는 않겠지만) 같은 색으로 인쇄를 넘겨도 처음 받은 인쇄물은 컬러 1번으로, 그 다음 받은 인쇄물은 컬러 2번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똑같은 데이터를 그대로 넘겨도’요.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색상을 정할 때 세심하게 골라야 합니다. 컬러판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틀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K판을 제외한 CMY컬러는 되도록 두 가지 선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RGB로 작업 후 CMYK로 바꾸시는 분들은 이전 포스팅을 꼭 한번 읽어보세요. 색상 프로필이 맞지 않아 강제로 컬러값이 바뀐 사례는 이 포스팅을 참조해주세요.

폭탄 가격 vs 색감 약간 안 맞기

일정하게 똑같은 색을 쓰고 싶다면 ‘감리’가 답

결국 여러 번 테스트를 해서 마스터 샘플을 만들고, 업체로 보내서 샘플과 비슷하게 인쇄해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샘플을 보고 띡띡띡 누르면 설정이 자동으로 착! 하고 맞춰지는 게 아닙니다. 업체도 테스트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 번 인쇄해서 상태 확인하고, 기계값 수정하고 또 인쇄해서 확인하고… 이 과정이 전부 돈입니다. 그래서 독판은 비쌉니다.

게다가 8~16건을 한번에 모아서 인쇄하는 게 아니라 혼자 그 면적을 다 써야 하니까 수량도 8배~16배 많아지는 건 덤입니다.

주문을 여러 개 모아서 찍는 합판은 감리 과정이 생략되지만 소량 제작과 저렴한 가격 혜택을 받습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독판으로 진행하면 절대적인 인쇄물 단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색이 중요한 책을 만들 때 감리를 보러 갑니다.

그래요 돈이 있다면 뭐든 못 하겠어요

스티커 독판 제작하는 데 200만원 들어간 썰

10년 전 모 팬시 스티커 제작 회사에서 투명 pvc스티커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소량으로 스티커 제작을 하는 곳이 많지만, 당시에는 소량으로 팬시 스티커를 만드는 곳이 거의 없어서 무조건 독판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제 작업물만 단독 판으로 진행하는 조건으로 4종류 1천장, 총 4천장에 200만원에 진행했습니다. 인쇄소에서 나오는 스티커보다 퀄리티가 훨씬 좋았습니다. 핫트랙스에 걸려있던 스티커와 똑같은 재질로 나왔거든요.

재질은 달라도 합판 인쇄소에서 비슷한 조건으로 제작하면 현재가 기준으로 약 50만원입니다. 10년 전이니까 당시 가격은 더 낮았을 겁니다. 지역이 멀어 감리를 못 봤지만 (ㅠㅠ) 독판의 가격 예시로 들고 왔습니다.

비용을 더 지불하거나 욕심을 버리거나

그렇다면 합판으로 여러 번 주문할 때 조금이라도 원하는 대로 색감을 맞출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겁니다. 날씨든 발주건이든 운으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색감이 원하는 대로 나오면 운이 좋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색이 원하는 대로 나올 거라는 욕심을 버리고 어느 정도의 오차를 감안하시는 게 낫습니다.


T처럼 원인을 알아보는 글을 하나 썼으니, 다음에는 우리가 합판 인쇄를 대해야 하는 자세에 대해 F스타일 글을 쓰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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