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네이버가 블로그 서비스를 막 런칭했었을 때 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블로그를 만들고 일상과 생각, 작은 팁을 비정기적으로 업로드했습니다. 그러다 아이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씩 바꾸었고 초기화도 몇 번씩 했죠. 고등학생 때 2년 정도 티스토리로 잠깐 넘어갔다가 다시 네이버로 옮겼습니다. 그러고 다시 10년이 흘렀네요.
최근에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돌연 서버와 도메인 비용을 결제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가 있지만 워드프레스로 블로그를 하나 더 만든 이유를 기록하려고 합니다.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만든 이유
공부한 내용으로 컨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적어도 저에게 네이버 블로그는 튜토리얼을 쓰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저도 ‘공부하는 분야의 정보’를 모아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아크릴 제품을 제작할 때 주의 사항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지식을 전하고 싶었던 만큼 공을 들였습니다. 분할 선을 이용해서 나름 목록도 만들고 자료까지 만들어가며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적었습니다.
제가 잘나가는 블로거는 아니지만, 그림 팁을 업로드했을 때 금방 공감 대여섯 개 찍히던 것에 비하면 반응이 너무 적었죠. 저는 평소에 일상과 작고 귀여운 그림을 자주 업로드했습니다. 그림 팁이 좋아서 저를 이웃 추가했던 분들이 제조 분야 글을 보고 조금은 당황하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당황까진 아니더라도 띠용 정도)
네이버 블로그는 이용하는 대상이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습니다. 저 조차도 네이버에서 전문 지식을 찾기 보다는 맛집, 제품 후기 등을 자주 찾으니까요. 혹은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뭘 해야 할 때 ‘이렇게 해봐요’하고 친절히 알려주는 글을 찾는다든지. 생각해보니 제가 방문자 입장일 때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 포스팅이 좋았습니다. 열심히 글을 써 내려간 과거의 저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요.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에는, 전하려는 내용을 쉽게 풀어서 예시와 함께 글을 쓰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위에 언급된 아크릴 제작 주의사항 포스팅은 타겟을 잘못 설정했습니다. ‘양면인쇄 키링 만들기’를 주제로 잡아서 방문자가 글을 읽고 당장 굿즈를 만들 수 있게 구성해야 했습니다. 아크릴에 인쇄를 할 때 배면인쇄, 화이트 잉크 같은 내용은 전문적인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고요.
재주는 내가 부리고 수익은 네이버가 가져간다?
가장 최근에 든 생각이기도 합니다. 글을 써서 얻는 보상이 짭짤해야 글 쓸 맛이 나는데 실상은 짜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수익이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유입이 많은 블로그는 당연히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됩니다. 제 블로그는 방문자가 많지 않아서 수익이 하루에 원 단위였습니다. (물론 땅파면 돈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적은 금액이라도 도움이 됩니다.)
애드센스는 광고주가 블로그 일부 영역을 빌려서 광고를 게시하고, 광고비의 일부를 블로그 운영자가 받는 방식입니다. 오프라인에서 광고 위치를 선점해놓고 그곳에 현수막을 걸 때 돈을 받는 방식도 있는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구글 애드센스가 이전부터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네이버 애드포스트는 비교적 최근에 생겼습니다. 디지털노마드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광고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꼭 돈을 위해서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광고비 중 저에게 돌아오는 수익 비율이적다고 느낀 이후로 글을 쓸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위쪽 단락과 맞물려서 실컷 컨텐츠를 만들고 공유해봐야 돌아오는 게 너무 적었으니까요. 꼭 재주는 제가 부리고 돈은 네이버가 가져가는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는 네이버 블로그의 신뢰도가 떨어진 이유를 ‘컨텐츠에 비해 낮은 보상’으로 꼽기도 합니다. 글을 써도 보상이 충분치 않은 탓에 제휴라도 받고 체험단 광고 글을 써주다 보니 결국 네이버 블로그는 광고판이 되어버렸다는 의견입니다.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지금은 구글 애드센스를 노리고 있습니다. 양질의 포스팅은 점점 쌓여 복리처럼 유입을 만들어냅니다. 당장은 방문자가 없어도 꾸준히 글을 쌓고 싶어요. 컨텐츠를 제공하고 애드센스로 간식비라도 벌 수 있으면 조금 더 뿌듯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애드센스 심사 통과는 별개의 일이긴 합니다. ^_^)
html/css/php를 공부하면서 사고를 넓히는 연습을
초등학생 때 ‘장미가족의 태그교실’ 책을 접하고 각종 태그를 배웠습니다. 네이버 마이홈에서 호스팅을 받아 취미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도 일상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홈페이지에서 보관했었지요. 그 때는 그림 그리면 홈페이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 맺고 홈페이지에 서로 배너 달아주는 게 ‘국룰’이었죠.
멋진 홈페이지를 발견하면 개발자 모드에서 이리저리 뜯어보기도 합니다. 워드프레스를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html과 css, php 같은 코드를 더 찾아보고 공부합니다. 요즘은 서버에 관한 자료들까지 조금씩 찾아보고 있어요. 항목을 여러 개 적용하면서 내가 원하는 블로그로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직접 인테리어 소품을 골라 내 방을 채워가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사고를 확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어떤 분야를 배우면서 머릿속에 생각 구조를 잘 세워두면 다른 것을 배울 때 응용할 수 있습니다. 기타를 치는 사람이 피아노를 훨씬 빨리 배우는 것처럼요. 그렇게 배운 지식을 누군가에게 어떻게 설명하지 저만의 언어로 풀어보기도 합니다. 주제는 달라지지만, 생각하는 구조와 과정은 지식 전반으로 연결됩니다.
어릴 때는 이해가 잘 안 되던 코드를 지금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식으로 학원에서 배우거나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지만 이후에 웹을 다뤄야 할 때 배경 지식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장미가족에서 연습하던 태그들이 지금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만들 때 큰 도움이 되었듯이요.
네이버 블로그는 네이버만의 분위기가 있다
네이버 블로그를 오래 사용한 입장에서는 나름의 장점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네이버 이웃’은 구독 기능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웃이라는 이름을 붙였기에 조금 더 돈독하게 느껴지고, 덕분에 일상 글을 적기가 편합니다. html태그도 신경 쓸 일이 없어서 가볍게 포스팅할 수 있죠.
네이버 블로그에 쌓인 기록이 많아서 아예 없애기는 어려웠습니다. 고민 끝에 네이버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더 길거나 깊은 내용은 워드프레스에 기록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