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어하우스 1년 실거주 후기 시리즈 (1/10)
함께 쓰더라도 넓은 공간을 선택할 것인가, 좁아도 나만의 공간을 선택할 것인가
갑자기 취업을 서울로 하게 되면서 급히 집을 찾아야 했습니다. 서울에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집이라도 빨리 정해야 했습니다. 찾고 찾다가 쉐어하우스가 꽤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해서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쓰더라도 넓은 공간을 택할지, 좁아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지에 따라서 선택의 폭이 달라지게 됩니다. 결국 이건 성향 문제더라고요. 쉐어하우스에서 일 년 살아본 제가 직접 쉐어하우스와 자취방을 고르는 기준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쉐어하우스? 그게 뭐죠?

쉐어하우스는 ‘공유 주택’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여러 명이 주택 하나 또는 아파트 한 채에 함께 살면서 개인 공간은 따로 사용하고, 거실이나 주방·화장실 같은 공용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주거 형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거실은 같이 쓰고 방은 따로 쓰는 거죠. 집을 함께 구하는 ‘룸메이트’와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저는 편의상 함께 사는 사람들을 ‘룸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쉐어하우스는 전문 업체가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제가 지내던 곳은 기본적인 청소 서비스와 세제, 고무장갑, 휴지, 배수구 뚫는 용액, 락스 등 기본적인 청소 용품을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청소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으면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도망갈 확률이 높아서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집을 찾아보면서 이런 본격적인 주거형태가 따로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지만 외국에서는 꽤 정착된 문화라고 합니다. 자기 집 이전에 자기 방 개념부터 알게 해준다고 하네요. 맹그로브 같은 큰 업체나 협동조합 같은 곳에서 만든 쉐어하우스에서는 문화를 함께 공유하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으쌰으쌰가 더 잘 되는 편이죠.
쉐어하우스: 함께 쓰더라도 넓은 공간이 좋은 사람
저는 서울로 취업 때문에 급히 올라오게 되면서 집을 빨리 구하게 되었는데요, 저처럼 서울 초입이라면 혼자서 사는 넓은 집은 선택지에도 없습니다. ㅠㅠ
반지하나 옥탑방에서는 각종 벌레들이 반겨준다고 합니다. 특히 반지하는 곰팡이가 자주 생기니까 호흡기에도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유튜브로 접한 바로는 이상한 집이 정말정말 많습니다. (집주인이 살아보고 월세 내라고 해야 합니다… 부들부들) 물론 이런 집이 대부분은 아니겠지만, 이런 집을 돈을 받고 임대를 한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혼자 살면서 드라마처럼 예쁘고 넓은 집에 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죠. 그럼에도 좁고 오래된 집은 절대로 못 들어가겠다! 싶은 분께는 타협점으로 쉐어하우스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기준 정도는 지킬 수 있잖아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면
욕실이나 거실, 주방 등을 함께 사용해도 크게 개의치 않다면 쉐어하우스를 추천드립니다.
하루를 놓고 보았을 때 욕실 사용 시간이 사실 크게 길지는 않잖아요? 용변 조금 보고, 씻는 게 다예요. 주방도 하루종일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면 사용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편입니다. 출퇴근을 한다면 거실도 잠깐 쓰게 되겠죠. 이런 공간을 공유하면서 넓은 집에 사는 효과를 내면서도 비용은 줄일 수 있으므로 쉐어하우스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재밌거나 복작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저는 개인 작업을 주로 하는 편이고 데스크탑을 사용했기 때문에 방 안에만 자주 있었습니다. 넓은 공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룸메들과 교류가 크게 있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다른 룸메들끼리는 서로 친해서 같은 공간에서 일하거나 서로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가끔씩 남는 음식을 나눠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했고요. 저도 다른 룸메의 만들기 과제를 도와준 적이 있어요. 그리고 가끔씩 어딘가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면 벌레 잡아주기, 선물이나 간식을 나눠주는 등 작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가끔씩 복작복작한 ‘동물의숲’을 보는 것 같았어요.
다들 그렇겠지만, 분위기는 집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떤 곳은 당번 활동만 열심히 하고 개인플레이 할 정도로 냉랭하다고 하더라고요. 일반 사업체로 관리되는 곳은 집마다 분위기가 다른 것 같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협동조합을 끼고 있거나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은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자취방: 좁아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


프라이빗한 공간은 나 혼자만 사용하고 싶다면
“아니, 모르는 사람이랑 어떻게 어떻게 한 집에 살아? 나는 죽어도 못해!!!”
집은 쉬는 곳이지 노는 곳이 아니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면 전월세를 직접 구하는 편이 낫습니다. 내 마음대로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여럿이 함께 사느니 좁은 공간을 혼자 쓰는 게 낫다는 당신에게는 자취방이 필요합니다.
욕실? 나 혼자만 써야 한다. 부엌? 무조건 나만 써야한다. 이런 분들은 선택지가 없습니다. 자취방으로 가시죠. (보통은 다 이렇게 살긴 합니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곳을 원한다면
쉐어하우스는 넓은 집을 방별로 나누어서 사는 구조이기 때문에 층간 소음과 벽간 소음이 함께 존재합니다. 조용히 살고 싶다면 자취방 추천드립니다. (물론 이것도 집바집이지만 상대적으로 쉐어하우스보다 낫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윗층도 쉐어하우스였는데요. 윗방에는 뭐가 그리 화났는지 쿵쿵거리는 ‘발망치 빌런’이, 옆방에는 하루종일 통화하는데 새벽부터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전화 빌런’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음에 민감하다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자취방을 구하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더 이롭습니다. (확률 높은 가챠에 가깝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자취방에서도 벽간소음과 층간소음을 둘 다 겪을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조심하는 편입니다)
저는 참다참다 ‘기타 빌런’이 되고 말았습니다. 견디다 못해 나도 소음 한 번 해보겠다며 얄짤없는 통기타를 밤늦게까지 연습했어요. 그런데 밤 11시 넘어서까지 기타 쳐도 뭐라고 안 하는 곳은 흔하지 않습니다?! 서로 참지 않음으로써 서로의 니즈를 채워주는 셈이었죠.
마치며
계약서를 쓰던 날 솔직히 조금 무서웠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고요. 그래도 결국에는 일 년 가까이 살았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고,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일년 간 다른 사람들과 쉐어하우스에서 살다보니 오히려 친한 친구들과 함께 넓은 집을 구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랑 맞대고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