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으로 메모를 정리하는 과정 3단계 ①일단 쓰세요

기록한 걸 써먹지 않는 건 돈을 입금만 하고 찾지 않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현금으로, 다시 재화로 바꿀 수 있어야 가치있습니다. 메모도 나중에 꺼내 써야 가치를 발휘합니다.


아이디어 뱅크 제도전(28) 씨는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합니다. 틈날 때마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도 떠올립니다. 제도전 씨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포스트잇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슥슥 써두곤 했습니다. 생각만 하는 것과 정리해서 글자로 가지고 있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니까요.

늘 미루기만 하다가 이제 도전해보자고 다짐하고 펜을 든 제도전 씨. 막상 해보려니까 뭐부터 해야할지 고민되었습니다. 제도전 씨는 여기저기 흩어진 메모들을 주워모았습니다. 애써 기억을 되살려보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빈 공간이 많았습니다. 열심히 적어둔 기억은 있는데 그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메모 노트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체크하고 있다.
©Glenn Carstens-Peters on unsplash

이번 포스팅 시리즈에서는 제가 진행하는 메모 체계화 방식을 공유합니다. 끄적인 기록들을 데이터화 해서 찾기 쉽게 만들어두면 좋습니다. 기록은 많이 하는데 정리하는 방법이 필요하신 분들께도 이 글을 공유해드리고 싶습니다.


메모를 체계화하는 과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모으기, 분류하기, 정리하기. 이 세 단계를 거치면서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생각이 휘발되지 않게 잡아두기

첫 번째는 일단 쓰는 것입니다. 생각이 반짝 떠올랐다면 잡아야 합니다. 써두지 않으면 잊어버립니다. 불끄고 잠들랑 말랑 할 때 머릿속을 똑똑, 두드리고 들어오는 흑역사 급이 아니라면 어딘가에 꼭 써서 남겨둬야 합니다.

메모, 안 하면 잊어버려요

생각은 알콜이다

사람 생각이란 게 알콜이랑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사람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듭니다. 무엇보다 둘 다 일단 어디에 담아야 나중에 쓰든 말든 한다는 거죠. 스케치는 되도록 한 곳에 모아두세요.

일단 알콜을 한 방울 똑 떨어뜨려 봅니다. 가만히 두면 흔적 없이 증발해버려요. 통에 일정량을 담아두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독을 하거나, 술로 만듭니다. 술로 가공해서 각종 과일과 함께 담그면 과실주로 만들 수 있어요. 기분이라며 술에 취한다든지, 알콜을 흘린다든지, 작정하고 불을 지르면(!) 사고나 범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생각도 마찬가지더라구요. 머릿속에 뭔가가 하나 딱 떠올랐어요. 가만히 있으면 증발합니다. 기록해서 딱 잡아두고 모아둬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잘 가공해서 유용한 정보글이나 위로가 되는 에세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생각에 취해 현실을 못 본다든지, 생각한 곧이 곧대로 마구 내뱉으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제법 닮았죠?

여러 사람들이 건배하기 위해 맥주잔을 들고 있다.
멋진 시간을 즐기자구요! ©Des Récits on unsplash

날짜를 함께 기록해두세요

위의 내용은 2019년 봄날에 잠깐 스친 생각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생각과 알콜의 공통점

그냥 두면 증발하는 것
담아두면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
불씨를 지피면 타고 번진다는 것

2019.05.17 생각메모 중

짧은 글에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컨텐츠 단락 중 하나로 재탄생했습니다. 날짜를 적어두면 지표가 됩니다. 내가 그때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연월일을 꼭 써서 몇 년산 생각인지 알 수 있도록 합시다.

정보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릴 수 있습니다. 반대일 수도 있고요. 날짜는 시간 출처의 근거가 됩니다. 덧붙여서, 날짜를 기록하는 습관은 꼭 아이디어 기록이 아니라도 여러 모로 도움이 됩니다. 저는 종종 시간까지 씁니다.

메모를 손으로 하는 이유

저는 손메모를 선호합니다. 펜으로 글씨를 쓸 때 사각사각한 느낌이 좋습니다. 필요할 때 빠르게 적을 수 있습니다. 러프한 스케치는 이후에 내용을 찾기도 쉽습니다.

손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

펜으로 종이에 글씨를 씁니다. 펜촉의 압력과 종이의 마찰이 손으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이 마찰력을 재현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펜과 종이 뿐입니다. 저렴한 부기노트부터 서피스, 아이패드, 갤럭시 탭, 갤럭시 노트… 이때까지 많은 디지털 기기를 써보았지만 5% 정도 부족했어요. 레이턴시가 생기기도 하고요(필기할 때 선이 펜의 속도보다 느리게 그려진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기기도 ‘손맛’을 대체할 수는 없더라고요. 타블렛에 종이필름을 붙여 쓰는 건 논외로 하자구요.

노트에 기록하는 여성의 뒷모습
©Marcos Paulo Prado on unsplash

어디에 기록했는지 단번에 찾을 수 있으니까

수첩을 쓰다보니 휴대폰을 열고 문자 형태로 생각을 기록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대략적인 위치와 글씨 모양 등을 기억합니다. 때문에 나중에 떠올리기도 쉽습니다. ‘아, 몇 페이지에 있었지!’하고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찾을 수 있었습니다.

메모 덕후의 추천 아이템

노트와 펜은 직접 써보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브랜드마다, 제품마다 질과 양, 가격까지 모두 다르니까요.

아무래도 모든 제품을 써보기는 어렵잖아요? 먼저 대형 문구점에서 다양한 제품을 실물로 보세요. 노트랑 펜이 마음에 들면 기록이 즐겁습니다. 제가 쓰는 도구들을 적어봅니다.

그린디자인웍스 공장 gongjang 노트

2018년부터 애용하는 노트입니다. 정착할 노트를 물색하다가 핫트랙스에서 발견했습니다. 실제본으로 만들어서 만듦새가 견고합니다. 180도로 쫙 펼쳐져서 필기하기에도 편합니다. 재생지 내지는 도톰합니다. 표지도 종이여서 사용할수록 자연스럽게 손때가 묻습니다. 손바닥만한 S사이즈를 사용하면 가방에 넣기에도 좋습니다.

이때까지 쓴 공장 수첩 5권을 배열한 사진
2018년부터 어느새 7권째 사용하고 있네요 🙂

공장 제품은 여기에서 구매 수 있습니다. 영업 맞습니다. 단종되면 안 되니까 많이 사주세요, 감사합니다.

유니볼 시그노 중성펜 uniball signo

고등학생 때까지 하이테크를 썼었습니다. 이후에 시그노로 넘어왔고 지금까지 쭉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이테크보다는 사각함이 덜합니다. 부드럽게 써지는 게 매력입니다. 0.28과 0.38 두 가지를 사용합니다. 두 개가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본체 플라스틱이 낭비되는 게 싫어서 리필을 교체해서 씁니다. 검정색은 자주 쓰기 때문에 리필을 여러 개 삽니다. 빨간색과 파란색은 1개씩 가지고 있습니다.

유니볼 시그노 색상별 사진
유니볼 시그노 시리즈

메모 도구에 관한 작은 팁

종이 아끼지 맙시다

종이는 종이일 뿐! 마구 휘갈겨써도 괜찮습니다.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됩니다. 종이의 여백이 아까워서 꾸깃꾸깃 적는다고 생각을 놓치는 일은 없도록 하자구요. 정리는 어차피 따로 해야 합니다.

노트 사이즈를 통일해야 보관하기 편합니다

노트 사이즈를 처음에 정해두세요. 이후에 최대한 비슷하게 사는 게 좋습니다. 자칫하면 보관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넓게 쓰고 싶으시면 a5 사이즈를 쓰시면 됩니다. a5는 a4용지를 반으로 접은 크기입니다. 들고 다니기에는 a6사이즈가 좋습니다. a5사이즈를 한 번 더 접은 반으로 크기입니다.

꼭 펜으로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앞서 소개한 손메모는 저에게 가장 편한 방법입니다. 꼭 손으로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폰에 쓰든, 태블릿에 쓰든 상관없습니다. 스쳐온 생각을 빠르게 잡아서 한 곳에 모으는 게 포인트입니다.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어떤 도구로 기록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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