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정리하기 #1 강점표 만들기

그동안 작은 회사에 근무하면서 멀티 플레이어처럼 일했다. 디자인 작업 하면서 기획도 하고, 사진도 찍고, 홍보물도 만들고, 고객과 소통도 하고, 영상도 편집했다. 내 밑에는 아무도 없고 내 위에는 사장님 혹은 과장님인 작은 회사들을 거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었다.

여기에 이직 주기가 짧아지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이 파편화되었다. 그리고 지금 회사는 곧 계약이 만료된다. 이후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정해야 한다. 목표 지점에 정신없이 매진하고 싶지만 그 목표 지점이 없는 상황이었다.

왜 이 상황까지 온 걸까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딱 두 가지다. 뭐든 하고 싶어했고, 내가 뭘 잘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퍼즐판에서 퍼즐 한 조각이 빠져있는 사진
하나 다 맞추고 다른 거 하면 되잖아

뭐든 하고 싶어했다

이것 저것 다 할 줄 아는데 정작 결과물이 없다. 이렇게 어영부영 무언가를 한 된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뭐든 하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아깝지만, 하나를 진득하게 하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빨간 퍼즐판에는 빨간 조각을, 파란 퍼즐판에는 파란 조각을 맞추어야 한다. 모은 조각이 제일 많은 퍼즐판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애써 맞추었지만 듬성한 퍼즐판들에서 눈을 뗄 줄 알아야 한다. 완성되지 않은 퍼즐판은 잠시 미뤄둬야 한다.

레퍼런스 폴더 정리
자료가 이렇게나 많은데…

내가 뭘 잘하는지 몰랐다

비핸스와 핀터레스트를 돌아다니며 예쁜 이미지들을 모으곤 했다. 훌륭한 레퍼런스가 많았다.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찾고 자료를 모으다보니 어느새 내가 그걸 할 수 있다는 요상한 착각이 들었다.

틀렸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달랐다. 머리로는 이해가 돼서 남들에게 조언은 종종 해줬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없었다. 대개는 내가 하는 일들을 좋아했으므로. 메타인지1가 박살난 게 분명하다.

강점표 만들기

글로 쓰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일단 써보자.

일단 내가 좋아하는 활동들을 모두 모아서 적어보기로 했다.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적고 결과물이 있는 항목을 색출해냈다.

강점표 만드는 방법

  1. 내가 하고 싶은 것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적는다.
  2. 결과물이 나온 것에 체크한다
  3. 작업할 때 즐거운 것들을 체크한다
  4. 인정받은 것들에 체크한다
화이트보드에 항목을 나열한 사진
나를 이끄는 것, 나를 이끄는 곳

안 쓰는 액자를 화이트보드로 만들 수 있다?!
과정을 보려면 여기를 눌러보세요.👀✨

진행 과정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 적어보기

완전 취미로 분류한 음악 활동과 영상 제작을 제외하면 10개가 나왔다. 배운 게 디자인이므로 되도록 디자인 분야로 구성했다. 다른 분야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목록을 세다 영면할지도 모른다.

  •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기
  • 상세페이지 제작 (기획·그래픽)
  • 3d 캐릭터 일러스트
  • 라인아트 설명서
  • 편집디자인
  • 쇼핑몰 브랜딩
  • 굿즈 제작
  • 레이저 가공
  • 움직이는 일러스트
  • 패키지 지기구조 연구하기

결과물이 나온 활동 체크하기

증명할 수 있는 성과나 기록이 있나요?
기록이 없다면 안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흥미를 잠깐 가졌거나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는 것들은 대개 결과물이 없다. 어떤 일을 시도해서 실패하면 실패한대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기록이 남아있다. 10개 중에 결과물이 없는 걸 체크하니 3d 아트와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지기구조 연구하기가 걸러졌다.

캐릭터와 상세페이지를 비롯한 나머지 항목은 결과물이 있다. 어릴 때부터 다 쓴 연습장을 모아보니 70여권. 쇼핑몰은 폐쇄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결정한 사항이니 결과물이 있는 걸로 표시해두었다(비록 사람은 안 왔지만). 패키지 지기구조는 결과물이 있지만 생각과 관심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에 체크하지 않았다.

거창한 기록이 아니어도 된다. 비록 큰 성과가 없더라도, 심지어 실패하더라도 내가 이런 활동을 했다고 눈으로 볼 수 있게 증명할 수 있으면 된다.

즐거운 활동 체크하기

돈을 받지 않아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인가요?
그게 좋아하는 일이랍니다.

편집디자인을 제외한 대부분 활동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결과물이 없지만 즐거움 표시가 있는 항목은 자료만 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경우이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좋았다. 실제로 취미로 굿즈를 제작해서 주위에 나눠줄 때가 종종 있었다. 이 안에는 캐릭터와 쇼핑몰 브랜딩, 굿즈 제작이 들어가고 레이저 가공은 살짝 걸친다.

인정받은 활동 체크하기

돈을 받고 가치를 교환한 적이 있나요?
그게 잘하는 일이랍니다.

캐릭터와 굿즈

티키틱 비공식 키링 굿즈
티키틱 비공식 키링 굿즈

이건 두 말 하면 손가락이 아플(…) 정도이다. 예전에는 프리마켓에서 내가 만든 문구들을 팔기도 했다. 내가 만든 굿즈를 사갈 때 느끼는 쾌감이란! 팀장, 사장,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는 일과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일은 또 다르다. 그래서 프리마켓은 지금 생각해도 종종 참가하고 싶다.

편집 디자인

약간의 돈이 되었지만 재미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편집 디자인 에이전시에 다닐 때 이쪽으로는 재능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인정받은 건 오히려 이후에 그래픽을 만들면서 보조로 편집 디자인을 할 때였다. 설명서 그림은 에이전시를 다니면서 유일하게 칭찬받았던 부분이다. 지금은 편집 디자인으로 소소하게 용돈을 버는 정도이다.

항목들을 표로 정리해보기

위의 항목을 표로 만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번호항목결과물즐거움인정받음
1캐릭터 일러스트 그리기❤️💛💙
2상세페이지 제작 (기획·그래픽)❤️💛💙
33d 캐릭터 일러스트💛
4라인아트 설명서❤️💛💙
5편집디자인❤️💙
6쇼핑몰 브랜딩❤️💛
7굿즈 제작❤️💛💙
8레이저 가공❤️💛
9움직이는 일러스트💛
10패키지 지기구조 연구하기💛
  1.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자기 성찰 능력. 올바르게 인식했는지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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