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갑자기 취업을 하게 되면서 집을 구하게 되었다. 입사일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집을 구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봉제를 하시는 어머니께서 내 방에 공업용 재봉틀을 어떻게 배치할지 입맛을 다시고 계시니 집을 구한다는 게 사실상 내 짐을 다 빼야 하는 독립이나 다름없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출퇴근 5분의 꿈과 쉐어하우스 2인실 현실
난 동성로에 살아야지(?)
대구에 살다 보니 그동안 출퇴근 시간이 짧았던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20분이면 적당했고 30분이면 길다고 느꼈다. 실제로 마을 버스보다 못한 20분에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타면 퇴근 시간은 밀리곤 했으니까. 중간에 버스 하나 빠져서 시내에서 40분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렇게 퇴근하면 우울함이 스근히 몰려왔다. 그래서 서울에 집을 구할 때 생각했다. ‘나는 걸어서 5분만에 퇴근해야지’

꿈 같은 생각이란 걸 부동산 어플을 둘러보면서야 깨닫게 되었다. 학교 몇 개를 근처에 끼고 있는 위치인데다 그때가 새학기 시즌이 끝나서 좋은 집은 일단 다 나갔고, 무시무시하게 비싼 집과 허름하고 비싼 집이 남아있었다. 어떻게 보증금 2억에 월세 100만원…? (무슨무슨 아파트였던 걸로 추정)
서울 지리는 하나도 모르다보니 무작정 회사와 가까운 곳에 살아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회사가 있는 곳이 번화가가 가까운 곳이었다. 대구로 비유하자면 ‘나는 동성로에 있는 회사에 다니니까 동성로 한가운데에 살아야지’ 쯤 되는 생각이었다.
기준에 맞는 집을 찾다보니 회사와 멀어지면서 밀려나게 되었다. 발 동동 구르면서 검색하다가 쉐어하우스를 찾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예전에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실험1>이라는 책에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를 접했다. 그래서 집을 공유한다는 사실 자체는 그렇게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느슨한 관계를 공유하면서 그 중 친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년 정도 살아보고 싶기도 했다.


기억을 더 더듬어보면 고등학생 때 인문학 관련된 책에서 ‘수유+너머’2를 접하면서 함께 사는 주거 형태를 자연스럽게 접한 것 같았다.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욕실과 주방은 어차피 상주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여럿이 공유하면서 쓰면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덜 되니까.
쉐어하우스 2인실을 겨우 구하다
처음 생각했던 곳과 점점 멀어지면서 이 이상 가면 출퇴근이 어렵다 싶은 곳쯤 내려오던 찰나에 그 지역에서 딱 한 군데 남은 쉐어하우스를 발견했다. 그것도 2인실 한 자리였다. 처음 사는 2인실인데 어렵지는 않을까? 지금 집이 없는데 그게 중요한가? 에잇 모르겠다. 일단 들어가고 보자. 나한테 선택권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쉐어하우스 2인실에서 약 1년간 살게 되었다.
이 시리즈로 쉐어하우스가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로 직접 살아본 쉐어하우스 실거주 후기로, 쉐어하우스 현실을 반영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어떤 쉐어하우스에 사느냐에 따라 운영 방식도, 사람들도, 규칙도 모두 달라집니다. 따뜻했던 순간도, 불편했던 순간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쉐어하우스를 고민하고 있다면, 혹은 이미 살고 있다면 이 쉐어하우스 후기가 자신만의 기준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목차
- 넓은 공간 vs 나만의 공간
- 공용 공간은 따뜻한 고시원 중앙난방의 고통
- 미지근한 소통 방식
- 배려하면서 지내요
- 손 안 씻는 룸메들
- 청소합니다, 짐 싸세요
- 택배가 사라졌다
- 룸메가 방을 뺐다
- 백점짜리 룸메는 없다(완)
-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실험(웅진지식하우스, 2022년) ↩︎
- ‘수유+너머’는 2009년에 어떤 이유로 해체되었다고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