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 인쇄는 왜 그때그때 다를까 -1. 이유가 뭐길래

성원이나 애즈랜드, 와우프레스 같은 합판 인쇄소에 맡기면 색감이 생각과 달라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노란 별님이 초록이나 주황으로 나올 때도 있고요, 회색이 싸늘한 쿨톤으로 나올 때도 있습니다. 너무 진하거나 연해서 적잖히 당황하기도 합니다. 정도가 심하면 다시 제작하고 인쇄물을 폐기해야 합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이유를 한번 알아봅시다.

색감이 달라지는 문제는 종이나 날씨, 담당자 재량 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이 글의 주제가 합판 인쇄인 만큼 합판에 관련된 이야기로 국한합니다.

요약✨

왜 합판은 주문할 때마다 색감이 다르게 나올까?

  • 함께 들어가는 다른 인쇄물에 영향을 받기 때문
    • 보통 합판 인쇄에서는 ±5~10% 오차를 허용 범위로 잡고 있다.
    • 합판으로 인쇄할 때마다 주변 인쇄물 색상이 달라지므로 그때그때 색이 달라질 수 있다.
    • 일정하게 같은 색을 쓰려면 독판 인쇄로 감리를 봐야 한다. 이 때 감당해야 할 수량과 가격이 합판보다 높아진다.

함께 인쇄되는 다른 인쇄물에 영향을 받습니다

인쇄는 집에서 출력하는 것처럼 한 장당 한 페이지를 뽑는 방식이 아닙니다. 커다란 종이에 건수만큼 페이지를 배열해서 여러 개를 한 번에 출력하고 재단선에 맞춰서 잘라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인쇄기에 a4·a3용지를 넣어서 한장씩 인쇄하는 건줄 알았습니다.^_^)

2절지에 인쇄할 것들을 오밀조밀 얹어서 1,000장씩 출력하면 기본적인 인쇄 최소수량이 나옵니다. a4용지 양면 한 장을 인쇄하려면, 2절 사이즈에 a4가 4장 들어가니까 기본 주문량이 4,000장이 됩니다.1

4천장이 기본 수량이어도 모든 인쇄물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1,000장씩 주문을 4개 받아서 한번에 인쇄하고, 비용은 4,000장의 1/4씩 내는 방식입니다. 합판 인쇄를 진행하는 전제입니다.

전체적으로 잘 나와야 좋으니까

여러 인쇄물들을 한번에 찍어내는 합판 특성상, 전체적으로 색감을 조절할 때가 많습니다. 인쇄소 입장에서는 한 판에 들어가는 여러 주문 중 하나만 신경써 줄 여건이 없습니다.

예시 이미지는 연두색입니다. 보통 연두색은 c와 y가 들어갑니다. 인쇄물을 한 판으로 묶어봅시다. 붉은 인쇄물 사이에 예시 이미지가 끼여있다면 전체적으로 붉은 색이 더 선명하도록 조절합니다. 이 때 연두색에 m값이 섞여있다면 붉은 색을 띄고, m값이 없다면 색상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파란색 인쇄물 사이에 끼여서 진행된다면 파란색을 더 부각시킬테니 예시 이미지는 파란 색을 띠게 됩니다. 이때는 c값이 영향을 받으므로 더 파랗게 나올 수 있습니다.

혹자는 k대신 cmy세 가지만 섞으면 덜 탁하게 나온다고 하지만, 합판 인쇄에서 감당해야 하는 변수가 큽니다. 되도록 두 가지 색상+K로 컬러값을 조절하는 것을 추천드리는 이유입니다.

차이가 20%까지? 얄미운 ‘오차 허용 범위’

성원애드피아에서 제공하는 인쇄 가이드를 살펴보면, 각 판마다 ±10% 수치 정도는 오차 범위에 들어갑니다. 문제는 이 오차 ±10%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여러 번 인쇄할 경우 총 20%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컬러 허용 오차 범위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차이나지는 않겠지만) 같은 색으로 인쇄를 넘겨도 첫 번째는 컬러 1번으로, 두 번째는 컬러 2번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똑같은 데이터를 그대로 넘겨도’요.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색상을 정할 때 세심하게 골라야 합니다. 컬러판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틀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K판을 제외한 CMY컬러는 되도록 두 가지 선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RGB로 작업 후 CMYK로 바꾸시는 분들은 이전 포스팅을 꼭 한번 읽어보셔요. 색상 프로필이 맞지 않아 강제로 컬러값이 바뀐 사례는 다른 포스팅을 참조해주세요.

폭탄 가격 vs 색감 약간 안 맞기

일정하게 똑같은 색을 쓰려면 ‘감리’가 답

결국 여러 번 테스트를 해서 마스터 샘플을 만들고, 업체로 보내서 샘플과 비슷하게 인쇄해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샘플을 보고 띡띡띡 누르면 설정이 자동으로 착! 하고 맞춰지는 게 아닙니다. 업체도 테스트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 번 인쇄해서 상태 확인하고, 기계값 수정하고 또 인쇄해서 확인하고… 이 과정이 전부 돈입니다. 그래서 독판은 비쌉니다.

게다가 8~16건을 한번에 모아서 인쇄하는 게 아니라 혼자 그 면적을 다 써야 하니까 수량도 8배~16배 많아지는 건 덤입니다.

주문을 여러 개 모아서 찍는 합판은 감리 과정이 생략되지만 소량 제작과 저렴한 가격 혜택을 받습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독판으로 진행하면 절대적인 인쇄물 단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색이 중요한 책을 만들 때 감리를 보러 갑니다.

그래요 돈이 있다면 뭐든 못 하겠어요

스티커 독판 제작하는 데 200만원 들어간 썰

10년 전 모 팬시 스티커 제작 회사에서 투명 pvc스티커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소량으로 스티커 제작을 하는 곳이 많지만, 당시에는 소량으로 팬시 스티커를 만드는 곳이 거의 없어서 무조건 독판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제 작업물만 단독 판으로 진행하는 조건으로 4종류 1천장, 총 4천장에 200만원에 진행했습니다. 인쇄소에서 나오는 스티커보다 퀄리티가 훨씬 좋았습니다. 핫트랙스에 걸려있던 스티커와 똑같은 재질로 나왔거든요.

재질은 달라도 합판 인쇄소에서 비슷한 조건으로 제작하면 현재가 기준으로 약 50만원입니다. 10년 전이니까 당시 가격은 더 낮았을 겁니다. 지역이 멀어 감리를 못 봤지만 (ㅠㅠ) 독판의 가격 예시로 들고 왔습니다.


그렇다면 합판으로 인쇄하는데 조금이라도 원하는 대로 색감을 맞출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방법은 없습니다. 내 발주건 옆에 어떤 발주건이 따라올지는 운으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색감이 원하는 대로 나오면 운이 좋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T처럼 원인을 알아보는 글을 하나 썼으니, 다음에는 우리가 합판 인쇄를 대해야 하는 자세에 대해 F스타일 글을 쓰려고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1. 원래 전지 500장으로 계산해야 맞지만, 이 글에서는 합판 인쇄를 다루므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