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프린터가 없어도 도장 펑기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펜으로 트레싱지에 직접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쓸만한 펜을 찾기 위해 진행한 실험을 기록해둡니다.
들어가기 전에
도장을 만드는 과정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플래시 기계로 만년스탬프를 만드는 원리
특수 고무 패드에 opp필름, 레이저 프린트한 트레싱지를 놓고 도장 기계로 플래시를 쬐입니다. 이때 레이저 토너 부분은 빛이 막히고 나머지 부분으로는 빛이 통과해 고무 패드를 때립니다. 그 과정에서 고무 패드 표면이 살짝 녹으면서 반질한 막이 생깁니다.
그래서 스탬프를 뒤집어서 찍는 부분으로 잉크를 충전하면 잉크가 스탬프 패드로 스며들지 않고, 위로 충전하면 막 때문에 종이에 잉크가 찍히지 않습니다.
빛을 잘 막는 게 관건
고무패드에 그림을 잘 새기려면 빛을 잘 막아야 합니다. 검색해보니 가끔씩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해서 하면 안 되냐고 묻는 분이 계시더라구요. 안 됩니다. 잉크젯은 잉크가 투명해서 빛을 잘 못 막습니다.
그런 면에서 안료 펜이 이상적입니다. 안료로 되어있어서 물리적으로 빛을 차단하니까요. 각종 펜으로도 그림을 그려 도장을 만들 수 있는지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필기구 4개를 선정했습니다.
사용한 필기구
실험에 사용한 필기구는 총 4가지입니다.
- 페인트 마커
- 컴퓨터용 사인펜
- 피그먼트 펜
- 유성 매직
페인트 마커
에디팅 751 (editing 751 paint marker)입니다. 원료가 페인트 안료인 만큼 물에 번지지 않습니다. 페인트 입자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사용하기 전에 몇 번 흔들어야 합니다. 눕혀서 보관해야 다음에 바로 사용하기 편합니다. 실험한 필기구 중 가장 진합니다.
글씨를 쓴 종이를 빛에 비추어보면 글씨 부분에 광택이 약간 있습니다.
컴퓨터용 사인펜
학생 때 다꾸할 때 자주 쓰던 일명 ‘컴싸’입니다. 동아 컴퓨터용 사인펜을 사용했지만 컴싸는 회사별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래 쓰면 펜촉이 말랑해져서 애용하는 펜입니다. 수성 펜이라서 종이에 따라서 진하기가 약간 달라집니다.
트레싱지에 쓰면 광택은 나지 않고, 펜이 잠깐 멈추는 획 끝마다 잉크가 맺혀 조금 더 진해졌습니다.
까만 배경에서 비교해보니 진하기가 확실히 차이납니다. 페인트 마카가 컴싸보다 훨씬 선명합니다. 반면 컴싸로 쓴 글씨는 빛이 많이 투과됩니다.
도장 기계로 구울 때 레이저 토너나 피그먼트로 출력된 부분은 구워지지 않습니다. 빛이 많이 투과되면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겠죠.
피그먼트 펜
사쿠라 마이크론 05 (sakura MICRON 05 ARCHIVAL INK)를 사용하였습니다. 피그먼트(안료)로 만들어진 잉크라서 물에 번지지 않습니다. 습기에 강하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문서, 드로잉 그림 등에 사용하기 좋습니다.
안료 펜으로는 귀여운 토끼를 그려보았습니다.
유성 매직
모나미 유성매직을 사용했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유성 매직입니다. 어릴 때는 이걸로 그림을 종종 그렸지만, 사실 미술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산업 현장에서 메모할 때 많이 씁니다. 물에 번지지 않으니 자재나 택배 등에 쓰기 좋습니다.
유성 매직은 피그먼트 펜과 마찬가지로 물에 번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펜은 성분이 다릅니다. 피그먼트 펜은 보통 물이 베이스라면 유성매직은 기름을 베이스로 합니다.
트레싱지에 글자를 적어보니 상당히 묽습니다. 펜이 잠시 멈추는 획 끝 부분에 잉크가 진하게 고여있습니다.
도장 기계로 구워보기
도장패드-opp필름-트레싱지 순서로 클램프에 장착 후에 도장 기계에 넣고 잘 구워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결과물 비교
페인트 마커
생각한 대로 아주 잘 나왔습니다. 글씨를 쓴 부분에 빛이 제대로 차단되어서 패드에 글씨가 깔끔하게 옮겨졌습니다. 글씨와 배경 경계가 매우 선명합니다.
구운 도장패드를 빛에 비추어보았습니다. 글씨는 무광, 빛을 받아서 구워진 부분은 유광으로 바뀌었습니다.
컴퓨터용 사인펜
컴퓨터용 사인펜은 우려했던 대로 글씨가 선명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빛에 비추어보면 글자 부분이 요철로 표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패드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아서 글씨 군데군데가 얼룩졌습니다.
피그먼트 펜
의외로 피그먼트 펜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잘 나왔지만 잉크가 뭉쳐있는 쪽은 진하게, 잉크에서 안료가 부족한 쪽은 연하게 나왔습니다. 둘이 대비되는 곳에서 거칠게 표현되었습니다. 펜을 잘 흔들어서 쓰고 조금 더 굵은 펜을 사용하면 좀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성 매직
유성 매직으로 쓴 글자는 거의 새겨지지 않았고 잉크가 뭉친 부분만 조금 남았습니다. 스탬프로 못 쓸 정도입니다. 빛도 거의 통과되어서, 컴싸처럼 글자 요철이 잘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흔적만 조금 남았습니다.
정리하기
페인트 마커 > 피그먼트 펜 > 컴퓨터용 사인펜 > 유성 매직 순으로 결과가 잘 나왔습니다.
마치며
레이저 프린터가 없거나 캘리그라피를 도장으로 만들려면 페인터 마카가 결과물이 제일 좋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여러 번 시도해야 합니다. 역시 컴퓨터로 데이터를 만들어서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하는 게 제일 빠르고 좋은 방법 같습니다.
Pingback: 플래시 도장 기계로 만년 도장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