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하나쯤 있는 연필꽂이. 저는 카페에서 받은 예쁜 종이컵을 연필꽂이로 사용합니다. 대세는 재활용보다 재사용! 빨갛고 노란 종이컵은 제 책상 위에서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습니다. ☺☺
이 종이컵 연필꽂이를 쓰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펜이 컵 안에서 쉽게 섞여서 펜을 찾기 어려운 점입니다. 그래서 기성품 연필꽂이처럼 칸막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칸막이 정도는 mdf로 메이커스에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얼른 도면을 그려서 파일을 싸들고 메이커스로 향했습니다.
준비: 도면 그리기
종이컵 크기 재기
먼저 종이컵 안쪽 치수(ID)와 높이를 잰 후,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위쪽 내경과 아래쪽 내경을 path로 그리고 높이를 설정합니다. 두 point를 이어주면 컵의 단면이 만들어집니다.
- OD(Outer Diameter): 바깥 지름 치수
- ID(Inner Diameter): 안쪽 지름 치수
도면 만들기
3T mdf 2개를 엇갈리게 끼워서 십자 형태 칸막이를 만들려고 합니다. 틈을 세로 길이의 1/2만큼 만들어서 도형 두 개를 서로 엇갈리게 끼울 수 있도록 만듭니다.
칸막이 위치는 컵 가운데로 정했습니다. pathfinder를 이용해서 가운데 부분만 추출합니다. 실제 컵과 도면 사이즈가 거의 맞기 때문에 칸막이가 지정한 위치 아래로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겁니다.
1차 제작
레이저 컷팅
위 단락에서 진행한 초간단 도면을 ai파일로 저장해서 메이커스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도면대로 레이저로 mdf를 잘라서 파티션을 만들었습니다. 레이저로 컷팅하면 가장자리가 타면서 갈색으로 변합니다.
종이컵에 설치
컵으로 칸막이를 집어넣으면 간단하게 설치 완료! 파티션을 집어넣으면 이렇게 보입니다. 폭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 깊이 이상으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제 연필꽂이를 4칸으로 나누어서 종류별로 펜을 분류해 꽂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딘가 불편하다
컵에 필기구를 꽂아 사용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자꾸 불편했습니다. 칸막이를 빼서도 써보고 끼워서도 써보니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 mdf가 기성품 칸막이보다 두꺼워서 칸 하나당 면적이 줄어들음
- 이전에는 뒤적거리면서 펜을 찾았는데 칸막이 끼우면 불가능 (은근히 불편하고 손에 걸림)
불편한 점 수정하기
칸 하나당 면적이 줄어들음
mdf가 기성품 연필꽂이 칸막이보다 두껍습니다. 일반 연필꽂이는 1mm 정도 얇은 칸막이로 만드는데, mdf 칸막이는 3mm나 됩니다. 그래서 칸 하나당 면적이 조금 더 줄어듭니다. 모서리 12개가 생기면서 둥근 펜을 넣지 못하니 공간이 더 줄어드는 셈이지요. ‘겨우 3mm?’ 싶어도 체감하면 큽니다.
해결 방법: 칸막이 아래쪽을 공유할 수 있도록 칸막이 높이를 줄이기
뒤적거리기 불가능
처음에는 몰랐는데 칸막이를 꽂아서 쓰다 보니 손이 먼저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칸막이가 안 보이면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안쪽으로 배치했더니 펜 꽂을 때도 불편합니다. 칸막이를 위로 올리면 칸막이가 눈에 보이니까 펜을 뒤적거리지 않아도 펜을 잘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해결 방법: 칸막이를 더 위쪽으로 올려서 눈에 보이게 하기
2차 제작: 수정
칸막이 위치를 위쪽으로 올려서 도면을 새로 그렸습니다. 위쪽만 칸막이로 구별하고 아래쪽은 4칸 다 같이 쓸 수 있도록 길이도 더 줄였습니다.
다시 제작
사진으로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보니 조금 더 위로 올리고 길이를 더 줄여도 됐지만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마치며
평소에 연필꽂이에서 필기구가 잘 섞이던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칸에 맞춰서 필기구와 문구류를 넣어두니 찾기도 더 쉬워졌습니다. 매직끼리, 날붙이끼리, 아트펜끼리, 붓끼리 모아두니 훨씬 편하더군요. 생활 속에서 불편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게 메이커스의 매력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