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수납함 파티션 만들기

수납함 파티션 만들기 전

화장품이 많은 편은 아닌데, 한곳에 모아두니까 자꾸 쓰러져서 불편했다. 조심조심 써야 하는 상황도 불편했고, 오랜만에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해서 파티션을 구상하게 되었다.

도면 만들기

도면 구상하기

A구조 파티션을 세로로 끼워넣음
B구조 파티션을 엇갈리게 끼움

구조는 머릿속으로 일단 생각하고, 포스팅을 위해서 아이소메트리 이미지를 따로 만들었다.

파티션을 어떻게 끼우면 효율적인지 고민하다가 회사 서랍(?) 형태로 A구조처럼 파티션을 여러 개 만들어서 끼울 수 있게 했다. B구조처럼 하면 만들기는 쉬운데, 이후에 폭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나중에 폭을 조절하려고 세로쪽 아크릴에 홈을 여러 개 파놓으면 보기에 좋을 것 같지 않았다.

더군다나 화장품 통 크기가 다양한데 B구조처럼 만들면, 남는 공간이 많이 생기는 데다 큰 제품은 넣지도 못할 각이었다. 화장품 특성상 원기둥 형태가 많은데, 칸막이가 많아질수록 모서리 공간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칸막이가 없는 상태보다 못하게 될 것 같아서 A구조로 만들기로 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도면 그리기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로 뚝딱뚝딱 도면을 그렸다.

아크릴은 2T이지만 아크릴 두께 오차를 고려해서 조금 더 넉넉하게(?) 준비했다. 조립 해체가 쉽도록 구멍(?) 부분은 +0.1mm 해주고, 끼우는 부분은 +1.2mm 안쪽으로 맞추었다. 맞물리는 세로 폭은 똑같이 21mm로 지정했다.

도면 접수하기

도면을 ai파일로 저장한 뒤에 인쇄소나 아크릴 업체에 접수하면 일단 끝. 메이커스페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바로 달려갔을텐데 서울 쪽은 이용할 만한 메이커스를 찾지 못해서 그냥 애드피아몰에 접수했다. (미래를 위해서 조금 더 견적을 받아볼 걸 그랬나?)

업체애드피아몰
자재 정보투명아크릴 2T
사이즈300 x 250 mm
옵션아크릴컷팅(인쇄없음) -모양재단
가격7,810원 + 3,000원 (배송비)
제작 기간주문 2025-05-18 / 수령 2025-05-23 (총 5일)
기타사항– 한들 아리스탈100 아크릴 자재

아무래도 기성품보다 가격이 비싸다

이미 파티션이 나누어진 수납함을 새로 사는 게 더 저렴하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가지고 있던 수납함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쪽에 더 가치를 두어서 가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그리는 대로 세상에 물건이 뿅 하고 나오는 게 더 재미있다. (이렇게 접수했는데 잘못 나오면 속이 좀 쓰리지만…)

아크릴 도착

의외로 신재 아크릴 도착

뒷면에 마스킹테이프를 발라서 파츠를 판에 고정했다

재생아크릴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신재 아크릴로 도착했다.

들리는 말로는, 신재 아크릴은 변색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재 아크릴을 가공할 때 나오는 칩이나 뽀시래기들을 모아서 만드는 재생 아크릴은 비율에 따라 다르지만 변색이 된다고 한다.

아리스탈은 한들에서 생산하는 아크릴 브랜드이다. 100번대는 PMMA 압출 아크릴이다. (200번대부터 캐스팅) 나중에 이 부분도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

보호필름을 제거해 주세요

아크릴 모서리 부분을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 아크릴에 붙어있는 보호 필름을 떼어낼 수 있다.

아크릴 집에서 일할 때 동료 cs 언니가 말해준 문의 항목 중에 정말 많이 들어오는 게 ‘아크릴에 흠집이 많아요’였다고 했다. 자매품으로는 ‘아크릴에 매직으로 뭐라고 적혀있어요’ 정도가 되겠다. a/s를 요청하기 전에 필름을 먼저 떼어보자.

수납함에 넣어보기

수납함 안쪽으로 홈이 있는 아크릴 2개를 양 옆으로 배치해서 끼워넣고, 끼우는 아크릴 판을 수직으로 홈에 끼워넣는다.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파티션 완성.

라벨기로 물건 정리 깔끔하게 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사용하고 있는 라벨기 소개 포스팅을 참고해 보세요.

정리 전 vs 후

파티션이 없었을 때는 일단 자리 되는 대로 넣기도 했었고, 나름의 규칙이 있었지만 금방 흐트러졌다. 파티션을 끼우니까 물건을 꺼낼 때도 넣을 때도 편했다. 같은 라인끼리 분류하기도 편했다. 무엇보다 하나 넘어지면 와르르 넘어질 때 화장품을 다 들어내고 새로 세워야 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사진으로 보니까 티가 잘 안 나지만 며칠 사용해보니 확실히 편하다.

보완점

파티션을 만들고 써보니까 보완할 점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수납함 양쪽에 손잡이 용도로 홈이 뚫려 있다. 파티션 손잡이 높이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깜빡하고 손잡이 기준으로 손잡이보다 낮은 높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손잡이 위치 높이가 제법 있어서 제 역할은 충분히 한다.

마치며

생활에 필요한 소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일은 일상에 큰 활력이 된다. 오랜만에 간단하지만 도면 그리고 아크릴 실물을 받으니까 즐거웠다. 다음에는 책상 서랍에 수납하기 좋은 수납함을 하나 만들어볼까도 생각하고 있다. 그전에 저렴한 레이저 업체를 찾든지, 메이커스를 하나 뚫든지 해야겠다.

어떻게든 애써보려던 팔랑이 종이 파티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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