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에서 생성형 AI 챗지피티chatGPT가 출시된 지 3년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AI가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지는 5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챗지피티 이외에도 제미나이Gemini, 미드저니Midjourney, 힉스필드Higgsfield, 그 외에도 셀 수 없는 각종 AI툴이 만들어지면서 이제는 누구나 AI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도 헤비유저는 아니지만 AI를 꽤 사용합니다. 디자인을 디벨롭 하는 데 쓰기도 하고, 요상한 유틸리티도 만들어내고, 엑셀 수식도 어떻게 쓰는지 도움도 받고, 챗지피티 붙들고 잡도리해서 제약적인 실무 환경에서 더 편하게 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AI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건 내키지 않았습니다. 챗지피티를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생수 한 통이 날아간다1는 정보를 접하고는 환경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AI를 쓸수록 자연 환경이 나빠진다
생성형 AI가 처음으로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로 AI 사용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메사추세츠대의 엠마 스트루벨(Emma Strubell) 교수 연구진이 2019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구글의 AI 모델 버트(BERT)를 학습시키는 동안 약 652㎏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다고 합니다. 이는 비행기가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왕복으로 오가며 뿜는 이산화탄소량과 맘먹는다고 합니다.2
생성형 AI는 기존에 인터넷에 이미 있는 서비스보다 연산 자원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강력한 데이터 센터가 자꾸 필요해진다고 합니다. 데이터 센터를 점점 더 많이 짓게 되면서 온실 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건 덤이고요.
요건 자료를 찾다가 알게된 부분인데, 성능을 더 높이려고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바꾸면서 전자제품 폐기물도 함께 쌓입니다. 중금속이 들어있는 회로 기판과 배터리 등이 많이 버려지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 합니다.3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였습니다. 저라도 AI를 덜 쓰고 싶었어요. 몇 년 만에 너무 변해버린 이 시대에 굳이 AI 사용을 줄이는 일은 결코 효율적인 선택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그나마 환경에 조금이나마 덜 미안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다소다가 정한 ‘최소한의 AI 활용 윤리 지침’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재미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놀이가 되어가는 생성형 AI
“내가 만들고 싶은 캐릭터 생각해서 프롬프트 같이 넣으면 캐릭터 시트 자동으로 만들어준대”
“사진 넣고 호이~ 얍! 하면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준대!”
저는 생성형 AI를 단지 재밌거나 신기하다는 이유로는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침을 만들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유희만을 위한 프롬프트가 많아지는 세상입니다. 시작은 재미였겠지만 쌓이면 엄청난 양이 됩니다. 우스갯소리로 ‘지브리 스타일이 유행할 때 사람 얼굴 이미지를 대량으로 학습해서 “30대 남자” 이미지를 생성했을 때 이전과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여담이지만 실제 인물 사진은 초상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사용할 때 신중하는 게 좋아요. AI를 사용할 때 가끔 실제 인물 사진을 기반으로 프롬프트를 만들기도 하는데, 저는 얼굴 부분을 꼭 모자이크해서 업로드합니다. 누군가 제 사진을 쓸 때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 보기
AI를 잘 활용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잠깐의 즐거움만을 위해서 AI를 딸깍 하는 거라면 조금만 줄여보자는 거죠. 정말 재미만을 위한 거라면 남이 미리 만든 컨텐츠를 감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꼭 이미지 뿐만 아니라 AI로 만든 소설이나 음악 등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딸깍, 하는 행위가 그저 ‘만드는 재미’를 위해서 만드는 거라면 지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할 때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알아가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편
호불호가 조금 나눠지는 활용 방법이었는데요, 저는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사람으로서 어떤 분야를 공부를 할 때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미 자료와 정보는 인터넷에 충분히 있습니다. 검색해보고, 알아보고, 정리합니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해 세운 최소한의 윤리 지침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도입부에 쓴 문장에 ‘지침’이라는 단어가 왠지 눈에 걸려서 고민했습니다. 규칙, 규정, 지침 중 어떤 단어를 써야 정확한 표현이 될까요? 이것 저것 검색해봅니다.
- 법칙: 모든 곳에서 항상 적용되는 물리·과학적 사실
- 규칙: 여러 사람이 다같이 지키기로 약속한 질서나 표준
- 규정: 행정법상 명령 조항, 정해진 규칙. 규칙이 모이면 규정이 됨
- 지침: 생활이나 행동에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함
- 방침: 기본 방향과 원칙.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설명함
이 글은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규정이 아니라 저만의 주장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담고 있으니 이 단어들 중에서 ‘지침’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헷갈릴 때는 찾아보고 직접 적용하는 게 좋겠죠. 저는 이렇게 무언가를 알아가는 방식을 재미있어하는 편입니다.
반대로 친한 동생은 빠르게 특정 분야를 학습하기 위해서 AI를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저도 이렇게 써봤는데 생각보다 상세한 점까지 잘 알려줘서 조금 놀랐습니다.
하이퍼링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편
그리고 좀 꼰대(!) 같은 발언이지만, 옛날에는 커뮤니티에 누가 질문하면 정확히 알려주기보다는 단어 하나만 툭 던져놓고 가곤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던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조명도 세고 밝은 배경인데 이상하게 사진이 어둡게 나와요’라는 질문을 올리면, ‘카메라는 기계라서 평균 값을 자꾸 맞추려고 하고, 사진이 너무 밝게 나오게 하지 않으려고 오히려 사진을 어둡게 만들어 버려요. 수동으로 밝기를 더 높여보세요.’라고 답변하기 보다는 ‘자동 노출 알아보세요~’ 하고 툭 던져놓고 가는 식이었죠.
그러면 질문한 사람이 ‘자동 노출’로 검색하면서 블로그나 카페 컨텐츠를 접하고, 링크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시리즈 게시물을 보거나, 글쓴이의 다른 게시물을 둘러보면서 부가적으로 정보를 얻어가는 식이었습니다. 확실히 물어봤을 때 답을 바로 알려주는 것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스스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책으로 정보를 찾을 때 책 날개나 인용란에 적힌 추천 도서를 읽는 방법의 연장선인 디지털 버전입니다.
… 써놓은 문단을 다시 읽어보니 한번 더 꼰대가 된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AI로 세대가 바뀌었는데 말이죠.😂😂
단순한 수정을 반복해서 요청하지 않는다
간간한 수정 정도는 직접 하기
“아, 깜빡했다. 이거 좀 수정해줘. 아참, 저거도 같이.”
“그거 아니라니까, 또 틀렸잖아. 다시.”
수정이 띄엄띄엄, 그때 그때 들어오면 사람한테도 충분히 빡치는(!) 일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존재하지 않는 AI의 기분을 맞춰주려는 건 아니고요, 간단한 수정을 AI에게 맡기면 상당히 비효율적입니다. AI는 그 부분만 수정한다기보다는 말해준 부분을 반영해서 재생성하는 쪽에 가깝거든요.
여기서 언급하는 ‘간단한 수정’은 코드 실행한 결과물에서 출력되는 텍스트 수정하기, 생성한 이미지 배경에 있는 사람 지우기, 간단한 색상 수정 정도입니다.

어떻게 수정하는지 모르면 어떡해요
생성한 이미지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포토샵으로 수정하고, AI가 만들어준 코드를 받는다면 문구 수정 정도는 스스로 하는 게 자원을 아끼는 방법이겠죠. 효율도 더 높아집니다.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 부분만 수정한 코드를 출력해달라고 요청하기보다는 어떤 부분을 수정하면 되는지 되물어보는 편입니다.
저도 AI에게 코딩을 시킬 때가 종종 있는데요, 코드 양이 많은데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할지 몰라서 나는 코딩을 전혀 할 줄 모르니까, 내가 ctrl+F를 눌러서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게 한두 줄 정도를 추가해줘라고 요청합니다. 혹은 이 부분에는 'sample text' 라고 넣어줘라고 요청하고 직접 그 부분을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마치며
“AI는 기술 개발에 사용되어야 해. 이메일을 다시 쓰고 스티븐 호킹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영상을 만드는 데 사용되면 안 돼. 우리는 멸망을 피할 수 없어.”
– 레딧 유저의 댓글
이 댓글을 보고 크게 공감했습니다. 챗지피티가 나온 지 2년 쯤 지났을 때, AI 기술은 기업에 먼저 풀리고 사용자를 위한 툴이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점차 풀려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거든요.
이제 점점 AI가 없으면 안 되는 세상으로 빠르게 바뀌겠지요. 저부터라도 먼저 낭비되는 사용량을 조금 줄이면 그래도 작은 공원에 나무 한 그루 정도는 내가 가꾸고 있다는 마음으로 죄책감을 조금은 덜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 Chat GPT를 한 번 사용할 때 생수 500ml가 소비되는 사실을 아셨나요? (대학알리, 2025) ↩︎
- 창의성의 대가, 생성형 AI의 미래와 환경오염의 현실 (라이트브레인 LAB, 2024)
‘맞먹는’이 올바른 표현. 사람이 쓴 글 같아서 신뢰도가 올라간 느낌입니다. ↩︎ - 전세계 열광 생성형AI의 그늘…”전자폐기물 수백만 톤 늘어” (동아사이언스, 2024) ↩︎

좋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꼰대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희망적인 신세대이십니다.
감사합니다! 꼰대 탈출~ (?)
글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