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 인쇄는 왜 그때그때 다를까 -2. 기도가 제일 합리적입니다

‘아니, 그럼 그냥 참고 있으라고?’

인쇄물과 문구류 제품 등을 만들 때 공을 많이 들이시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매번 색이 다르게 나올까 싶어 전전긍긍 하시는 것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이전 글에서 보시다시피 합판 인쇄라서 감리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인쇄 잘 나오라고 기도 한번 올리는 쪽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작성자는 무교임을 밝힙니다.

요약✨

  • 감리를 볼 수 없다면 운에 맡기고 색이 잘 맞을지 고민할 시간을 줄이세요.
  • 어차피 소비자들은 하나하나 신경쓰지 않습니다. 컨텐츠가 더 중요해요.
  • 조그만 소량 제작 업체와 친분을 쌓으면 사장님이 조금 더 신경써 주시기도 합니다.
  • 작은 결함 종류와 이 이유로는 반품이 안 된다고 상세페이지에 명시해 두세요.

기대보다 기도, 기도보다 수긍

기도가 제일 합리적인 방법

파일 에러가 뜰 정도로 파일을 잘못 보내지 않았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모든 것을 운에 맡기고 이전에 작업했던 인쇄물과 색이 잘 맞을지 고민할 시간에 작업을 하나 더 하는 게 낫습니다.

너무 마음쓰지 말자

작가 입장에서는 내가 만든 제품을 늘 보고 있기 때문에 색이 조금만 달라져도 눈에 잘 보입니다. ‘어떡해, 더 연하게 나와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진하게 나왔어!’

하지만 소비자는 색감이 조금 달라져도 거의 신경쓰지 않습니다. 같은 제품 여러 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색감이 조금 어둡고 탁하고 쨍하고 어딘가 요상한 것 같은 느낌은 작가만 아는 부분입니다. 원하는 의도를 너무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면 상관없습니다.

보통은 같은 제품을 비교하면서 세세히 보지 않아요

색감이 달라도 우리는 하나

색상이 조금씩 다른 캐릭터 굿즈들
같은 캐릭터의 색상이 굿즈별로 조금씩 다르다

세계관이 잘 잡힌 캐릭터는 소비자의 마음 속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색이 너무 다르면 ‘앗, 저거 중국산 카피 나부랭이 아냐?’하고 의심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정상범위 안에 속하면 이야기를 이어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두둑한 뱃살을 김바덕은 2020년 초반에 나온 귀여운 오리 캐릭터입니다. 최근에 핫트랙스에서 김바덕 굿즈를 봤는데요, 뱃지와 키링, 엽서의 색이 모두 조금씩 달랐습니다.

어떤 쪽이 진짜 김바덕 같나요? 혹은 어떤 쪽이 가짜 김바덕일까요? 정답은 (어차피 공식 제품이므로) 모두 진짜 김바덕입니다. 아마 이걸 보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색감이 조금씩 달라도 안심하세요. 괜찮아요.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금 현실적인 해결 방법

작은 업체와 친분 쌓아보세요

스티커, 인쇄물 등 소량 위주로 제작하는 업체에 꾸준히 주문을 넣으면서 친분을 쌓으면 조금 더 잘 봐주시기도 합니다.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주문을 많이 넣고 정중히 요청드리면 됩니다. 금전적 지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신경써 주시게 되어있습니다.

220만원짜리 주문인데 잘 봐드려야지

그래도 색상 때문에 바꿔 달라고 하면요?

지난 번 스티커를 가지고 색감이 이전과 약간 다르다고 교환·환불 받는 사람이 있을까요? 놀랍게도 있습니다. 그럴 땐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어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 받아도 비슷할 거라고 안내를 드립시다. 눈에 보일랑 말랑한 작은 점도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보고 결함이 있다며 환불을 원하는 사람도 봤었습니다. 꼬투리를 하나 잡으면 끝이 없어요.

무엇보다 상세페이지에 작은 결함의 종류와 이 이유로는 반품이 안 된다고 명시해 두어야 합니다. 작은 흠집, 인쇄할 때 찍힌 작은 점, uv인쇄 제품 줄무늬 결, 약간의 색감 차이까지 문제될 수 있다면 모두 적어두세요. ‘상세페이지에 기재되어 있습니다’라는 마법의 문장이 사건을 해결해 줍니다.

다만 ‘예민하신 분들은 피해주세요(신중히 선택해 주세요)’라는 멘트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어서 교환·환불을 해도 예민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예전에 준등기에 대한 배송 안내를 상세페이지에 적어두지 않아서 분실된 준등기 배송분을 다시 보내준 적이 있습니다. 전산에는 배송이 완료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어서, 어쩌면 물건을 수령하시고도 문의를 주셨거나 누가 가져가서 분실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인할 수도 없었고 상세페이지에 안내 문구도 적어두지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다시 배송드렸습니다. ‘준등기 분실 건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 문장 하나였다면 막을 수 있던 문제였습니다.

마치며

여러 건의 주문을 한 색감으로 통일하고 싶어도 합판으로는 사실상 방법이 없습니다. 기도합시다. 그리고 색이 조금 다르게 나와도 얼른 수긍하고 이 정도는 차이도 아니라며 넓은 시야로 바라봅시다. 그게 제일 빠르고 합리적입니다.

답글 남기기

This Post Has One Comment